밤늦은 시간, 가족이 모두 잠든 거실에서 혼자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중년의 가장이 있다. 몇 달 치 생활비를 한 번에 잃은 건 둘째 치고, 그 돈을 되찾기 위해 어렵게 마음먹고 찾은 ‘먹튀 피해 복구 전문’ 업체에 또 한 번 통 크게 돈을 입금한 뒤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두 번의 상처를 입은 이 가장의 사례는 비단 특정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먹튀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위험한 수순이다. 문제는 많은 피해자가 먹튀신고를 하기 전에, 혹은 하면서 동시에 ‘복구’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먹튀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공식적인 기관이나 커뮤니티에 먹튀신고를 접수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검색 포털에서 ‘먹튀 복구’라는 단어를 눌러보는 일이다. 전자의 경우 제도권 안에서 피해 사실을 기록하고 유사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애초에 사라진 자금을 되돌려받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불법 운영되는 사이트의 특성상 운영자는 순식간에 서버를 옮기고 도메인을 바꾸기 때문에 추적 자체가 어렵다. 후자의 경우,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업체들 상당수가 사실상 사기 피해자를 노린 또 다른 사기 집단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피해자가 간절할수록 더 교묘하게 접근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특히 북미나 유럽의 경우 불법 도박 관련 금전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본인이 사설 복구 업체를 알아보기보다는, 우선적으로 금융감독 당국이나 소비자 보호 기관에 공식적인 이의 제기(chargeback) 절차를 진행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자리 잡혀 있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도 ‘자금 회수 대행’을 내세우는 업체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성공했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 성과급 구조를 취하거나, 최소한 초기 비용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의 일부 업체들과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방식은 이와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많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선입금’ 구조다. 피해자가 복구 업체에 연락을 취하면, 해당 업체는 먼저 피해 금액과 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것처럼 포장하며 ‘디지털 포렌식 비용’, ‘채권 추심 위임 수수료’, ‘서버 역추적 비용’ 등 그럴듯한 명목의 금액을 요구한다. 피해자는 이미 큰돈을 잃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이 선행 비용을 지불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이 비용을 입금하는 순간, 복구 업체는 잠적하거나 태도를 바꾼다. 조금 더 정교한 경우에는 몇 차례에 걸쳐 추가 비용을 요구하며 ‘지금 한 번 더 입금하면 다음 주에 무조건 송금됩니다’라는 말로 피해자를 붙잡아 둔다. 결국 피해자는 원금 손실에 더해 복구 비용이라는 이중의 손실을 떠안게 되고,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먹튀신고 대상이 되어야 할 또 다른 집단과 거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건을 따져 보려면 먹튀검증업체를 열어 보면 된다.
이런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 피해자가 느끼는 절박감을 악용하는 심리적 공략이 너무나 손쉽게 통한다는 점이다. 큰돈을 잃은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되찾고 싶다’는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고, 전문가를 가장한 상대방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 둘째, 먹튀 피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도 복구 업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특정 업체가 피해 사례를 해결해 주었다는 후기가 광고성 글로 작성되어 피해자들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셋째, 먹튀신고 절차를 진행했더라도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없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회의감이 불법 복구 업체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든다.
개선 방안은 피해자 개인의 인식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의 보완도 필요하다. 우선 피해자는 어떤 경우에도 ‘복구 비용’ 명목의 선입금을 요구받는 순간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수많은 사기 사례를 살펴보면, 복구에 성공한 뒤 수수료를 받는 합법적인 구조가 아니라 처음부터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는 100%에 가깝게 사기라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돈을 잃은 직후에는 더 큰돈을 입금하려는 충동을 반드시 경계하고, 일정 기간 냉각기를 둔 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먹튀신고를 할 때에는 단순히 피해 사실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도메인, 입금 계좌, 대화 내역 등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철저히 확보하여 제출함으로써 조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보 공유 채널에서는 ‘복구’를 미끼로 한 업체들의 광고성 게시물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먹튀 피해자들이 모인 공간에서조차 먹튀신고보다 복구 업체 소개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피해자들 스스로가 ‘복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업체는 무조건 의심하라’는 원칙을 공유하고, 의심스러운 업체 정보를 적극적으로 경고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불법 업체들이 활동할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 변화와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먹튀 피해를 단순히 ‘잃은 돈을 찾는 것’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게 될 것이다. 먹튀신고는 미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 기록이 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다시는 돈을 요구하는 ‘구원자’를 만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사라진 돈을 무리하게 되찾으려다 오히려 더 큰 구렁텅이에 빠지는 어리석은 선택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피해자가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진실은, 진짜로 피해자를 돕겠다는 업체는 절대 계좌이체를 먼저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